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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 캠핑 2년 만에 접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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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생활 2023. 4. 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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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캠핑을 오래 했는데요. 2005년부터 캠핑을 해 왔으니 약 19년 정도를 캠핑을 했고, 2020년부터는 카라반 캠핑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카라반을 매각해 버렸는데요. 최근 2년 동안 유지한 카라반 캠핑을 접은 이유를 허심탄회하게 적어볼 예정이니, 카라반 캠핑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카라반 캠핑 2년 만에 접은 진짜 이유

바닷가에서 카라반 캠핑


카라반 캠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

일단 저는 카라반에 대해서 부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노지캠핑, 백패킹을 좋아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거대한 카라반을 가지고 캠핑하는 것은 진짜 캠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그런데 2019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급격하게 언택트 여행 열풍이 불었고, 카라반의 인기가 급상승하게 됩니다.

여기에 맞물려 어린 자녀가 태어나면서 제가 좋아하는 캠핑을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한 타협점으로 좀 더 편한 카라반에 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하나에 꽂혀서 그 물건을 계속 검색하다 보면 점점 그것에 매몰되어 다른 데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몰두하게 되는 경험을 다들 해보셨을 겁니다.

당시 제가 생각한 카라반 구매의 합리적 이유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 코로나19로 해외도 못나가는데, 언택트 여행하기 좋잖아?
  • 카라반을 정박해두고 평소에는 내 작업실처럼 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 와이프카 텐트 캠핑을 불편해 하니 카라반으로 다니면 좀 더 많이 다니지 않을까?
  • 한 번 사서 평생 오래오래 사용하자
  • 다들 카라반 10년, 20년 할부로 구매하는데, 월 50이면 되잖아? 그정도면 감당 가능하지

특히, 한번 카라반에 꽂히자 이제는 카라반이라는 '물건' 자체를 소유하고 싶은 욕심에 눈이 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제 인생에서 아마 하나의 물건에 대한 소유욕으로 이처럼 강한 욕망을 지속했던 물건은 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카라반에 꽂혀서 업체도 많이도 돌아다녀 보고 많은 카라반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얼른 나도 저 중 하나를 가져보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카라반, 400급이냐 500급이냐?

네이버에서 가장 큰 카라반 카페인 달구지 등에 보면 "500급으로 한 방에 가라"는 말이 격언처럼 돌고 있는데요. 경험해보니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겪어보니 카라반은 집과 비슷해서 25평(400급) 보다는 34평(500급)이 살기 좋은 건 당연합니다. 직관적으로 아이 두명을 키우는 4가족이라면 30평대에 사는 것이 쾌적합니다. 그러나 부부만 단촐하게 산다거나, 자녀들이 다 출가했다거나 하면 괜히 지출하는 난방비, 냉방비, 공과금 등이 신경쓰이기 시작하고 사실 20평대에 사는 것이 적당합니다.

카라반 캠핑도 똑같습니다. 내 현재 상황에 맞춰서 카라반을 사야지, 남들 말만 듣고 사면 실정에 맞지 않아 후회합니다. 물론 그런 말들은 일정 부분 맞기도 해서 아마 60~70% 정도느 그 조언에 맞게 캠핑을 할 겁니다. 하지만 30~40%는 괜히 500급 카라반을 샀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첫 카라반, 미니 카라반을 중고로 구매히다

첫 카라반 티큐브NT 모델

400~500급 카라반을 신차로 구매하면 대략 4천~5천만원 이상이 소요됩니다. 중고 미니카라반은 1천만원 대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저는 화장실이 딸린 미니 카라반 티큐브를 첫 카라반으로 중고 구매했습니다.

당시는 코로나19로 카라반 수입이 잘 이뤄지지 않는 동시에, 국내의 카라반에 대한 언택트 수요도 많아서 중고 카라반 가격이 신차 못지 않을 때였습니다. 약 1년반 사용한 티큐브 NT 중고를 1,650만원에 구매했습니다.

티큐브는 지금도 인기 많은 입문용 미니 카라반이라 보자마자 달려가서 구매했고, 제 뒤로 멀리 지방에서 출발하신 분은 간발의 차로 놓치는 등 판매자가 갑인 시절이었습니다.

첫 카라반 티큐브로는 총 13번의 캠핑을 다녀왔고, 카라반 운전도 익숙해지고 카라반 생활이 뭔지 알게 되면서 슬며시 좀 더 큰 카라반으로 바꾸고 싶은 욕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 카라반, 450급 아드리아 수입카라반을 신차로 구매

두 번째 카라반은 '이제 카라반 생활도 알고 평생 취미로 삼을 거니 신차로 사서 아껴가며 오래오래 타자'는 생각을 가지고 새 차로 구매했습니다. 애초에는 아드리아의 500급 카라반(502UL, 542UL) 정도를 사려 했습니다. 

20년 할부로 구매할 경우 월 50~70만원 사이를 왔다갔다 해서 큰 부담이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내의 반대 한스푼 + 제가 좋아하는 실용적인 레이아웃인 442PH 모델에 꽂혀서 450급으로 최종 타협하여 구매를 진행했습니다.

당시에는 카라반이 워낙 인기라 대기만 보통 반년 이상 하는 업체도 많았는데, 발품을 잘 팔아서 빨리 들어오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구입 가격은 깡통 카라반 가격이 3천만원대 + 옵션 8~900만원으로 약 4천에 살짝 못 미치는 가격으로 구매를 했고, 20년 할부로 월 할부금은 약 45~5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직접 느낀 카라반 캠핑의 장점

카라반을 운용했던 2년 반의 기간.

첫 카라반 티큐브로 13번, 두 번째 카라반인 아드리아 442ph로 23번, 총 36번의 출정을 다녀오고 느낀 카라반의 장단점을 서술해 볼까 합니다.

1. 기상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캠핑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중캠핑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사실 텐트로 우중캠핑을 하면 캠핑을 할 때는 좋지만, 철수할 때의 정신없음과 집에 돌아간 후 다시 펴서 말리는 것이 상당히 고역입니다. 이 단점을 카라반은 한 방에 해결시켜 줍니다.

첫 캠핑으로 갔던 희리산해송휴양림캠핑장에서 한 여름에 밤새 비가 온 적이 있는데요. 텐트 캠퍼들이 내리는 비로 걱정하고 있을 때 카라반 안에 에어컨을 켜놓고 천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쾌적하게 쉬던 그 밤의 기억이 아직 선명합니다.

여름철 더위(물론 에어컨을 켜려면 노지가 아닌 캠핑장으로 가야 합니다. 노지에서 카라반을 전기로 돌리려면 다소 천문학(?) 적인 전기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나 겨울철 추위로부터 카라반은 상당히 쾌적한 캠핑을 실제로 보장해 줍니다. 

2. 여행 + 정박의 혼합적인 캠핑스타일 가능

캠핑카와 카라반의 차이점이기도 한데요. 캠핑카는 기본적으로 이동이 전제되어 좋은 자리를 맡아두는 순간 이동이 불가합니다. 자리를 펼 수가 없는 단점이 있는 것인데요. 카라반은 적당한 외곽 노지나 캠핑장에 카라반을 정박해 두고, 차량만 떼서 여행하기에 최적화 된 캠핑스타일입니다.

실제로 저희 가족도 단양, 제천, 하동 등 지역을 돌면서 낮에는 어행을 하고 저녁무렵에 카라반으로 돌아와서 캠핑하는 스타일로 국내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성수기에도 숙소 예약 없이 카라반에서 덮던 이불 덮고 편하게 자니 좋았구요.

 

 

3.  딸과 아내가 좋아함

아무래도 텐트캠핑에 상당한 공력을 들여도 텐트는 사실 천 하나로 자연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벌레라던지 바닥 습기라던지 아내와 딸이 불편해할 요소가 많습니다. 반면 카라반은 문 닫고 방충망 치면 완전하게 외부와 격리되는 장점(동시에 오지캠핑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자연과 멀어지는 단점으로도 작용함)이 있습니다.

실제로 카라반 캠핑을 하면서 텐트 캠핑을 가자 하면 좀 망설이는 와이프가 좀 더 많이 캠핑을 다니기도 한 원동력을 카라반이 제공해 주기도 했습니다.

4. 지인들에게 비치는 약간의 과시와 뿌듯함

카라반 유저들이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사실 지인들이나 주변에 카라반 있다고 하는 그 자체로 약간의 과시나 보여주기 욕망이 충족되기도 합니다. 솔직히 캠핑장에 가서도 쾌적하게 지내는 카라반에서의 생활이 조금 으쓱한 적도 몇 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카라반 캠핑의 단점

이번에는 카라반 캠핑의 단점입니다.

1. 소요되는 비용문제

카라반 할부값 + 감가상각 비용

10년, 20년 할부라는 무기가 있긴 하지만 역시 아무래도 텐트 캠핑보다 돈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400급~500급~600급 기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 할부값이 매월 50~8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말 그대로 숨만 쉬고 카라반을 세워만 두어도 나가는 금액입니다. 여기에 카라반도 차량이라 매월, 매년 감가상각이 이뤄지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금액도 들어갑니다.

실제로 제 카라반의 경우 20개월간의 감가상각은 월 50만원 정도가 발생했는데, 할부값(월 50만원) + 감가상각(월 50만원)을 더하면 월 총 100만원이 고정으로 나가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이 감가 상각에 대한 비용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여행비 + 기름값 + 톨비 + 보험료 + 세금

놓치기 쉬운 점이 바로 카라반 '캠핑'을 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캠핑을 한번 나가면 기름값 약 5~10만원, 톨비 약 3만원, 장보는 음식비용+현지에서의 식사 약 5만원~10만원, (노지 말고 캠핑장 이용시) 캠핑장 이용료 약 4~5만원 정도가 발생합니다. 

대략적으로 1번 캠핑하는 비용에 20~30만원이 소요됩니다. (카라반으로 캠핑하면서 좀 더 씀씀이가 커지기도 합니다.) 카라반을 구매하시는 분들의 대표적인 합리화가 숙박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인데, 사실 숙박비용을 아끼는 것보다 출정에서 생기는 캠핑에 소요되는 비용이 훨씬 큰 게 사실입니다.

또한 카라반을 구매한 이상 1달에 2~3번은 출정을 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열심히 나가면 월에 약 100만원 정도를 캠핑비용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월 2~3회 카라반 캠핑을 간다고 할 때 할부+감가상각+캠핑비용을 더하면 대략 150~200만원이 소요됨을 알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부담스러운 금액인 것은 사실입니다.

 

 

2. 노화되는 카라반에 대한 유지보수

이 점도 스트레스 중 하나인데, 카라반은 마치 전원주택같습니다. 새 것을 사도 몇번 쓰다보면 고장나고 문제가 생기고 수리를 해야 합니다. 출고사에 맡기려면 끌고 직접 가는 시간(사실상 거의 하루 잡아야 함)과 부가적인 비용도 청구됩니다.

따라서 직접 고치는 경우도 꽤 되고, 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공부하는 데도 시간소요가 꽤 들어갑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재미로 느껴지지만, 카라반 캠핑으로 1년~2년이 지나가면서 점점 부담과 피로감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3. 캠핑보다 결코 수월하지 않은 세팅시간

카라반을 운용해보지 않으신 분은 카라반으로 캠핑하면 텐트에 비해서 식은죽먹기로 세팅이 가능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카라반 고정다리 4개 들어올리고, 무버로 움직이고, 차량에 연결하고, 점검하고, 청수 채우고, 오수 버리고, 가스통 열어서 냉장고 돌려놓고, 어닝 펴고, 세팅하고 하는 시간은 사실 텐트와 거의 비슷합니다. 또한 텐트 캠핑과 달리 카라반을 운용하는(주로 가장) 1명 외에는 딱히 타인이 도와주기도 애매한 부분이라 가장이 좀 많이 고생을 해야 합니다.

카라반 캠핑이 끝난 후에는 오수 집에다 버리고, 와이프와 자녀의 대변과 소변을 카세트에서 비우고 청소해야 하는 일도 전담해야 합니다. 편하다고 해서 카라반으로 넘어왔는데, 결국 밖에 나가면 똑같이 고생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카라반을 접을까? 라는 생각도 슬며시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4. 진입제한 및 주정차의 불편함

이건 캠핑 스타일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카라반을 사고 캠핑장만 다니시는 분이 있는 반면에 저는 노지나 오지만 골라 다니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진입제한이 좀 크게 걸렸습니다.

노지를 찾으면 미리 답사를 해야합니다. 카라반이 드러갈 수 있는지, 천장이 걸리지는 않는지, 회전이 가능한지, 돌려나올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거리가 상당히 많습니다.

차박이나 오토캠핑처럼 그냥 차가 들어가기만 하면 일단 캠핑이 가능한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또한 카라반을 차량 뒤에 매단 순간 지역 맛집이나 상점 등에 들르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한번은 네비가 잘못 알려준 길을 따라 5일장이 열린 읍내 한가운데 카라반을 가지고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생기는 트래픽잼과 좁은 길로 땀만 한박아지 흘려며 간신히 빠져나온 적도 있습니다. (그 후로는 무조건 카라반을 멀리 떼어놓고 이동합니다.)

 

현재의 캠핑 스타일은?

위와 같은 장단점을 겪고서 지금은 좀 더 다른 스타일로 진화했습니다.

일단 아내와 아이의 편리를 위해서 텐트가 아닌 차박을 시작했구요, 여기에 대형 원터치 옥타쉘터를 이용해서 쾌적한 주거 공간을 마련합니다. 여기에 카라반에서 편함을 느낀 화장실(포타포티)를 구매해서 별도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노지나 오지를 좋아하고 여행과 결합하는 캠핑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카라반보다 차박+쉘터+포타포티 조합이 최적이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현혹될 필요도 없고, 궁금하다면 직접 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저 처럼 캠핑의 여정은 끝이 없기 때문에 돌고 돌며 끊임없이 본인의 스타일을 찾아서 진화하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이 글이 카라반 캠핑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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