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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숙차의 표준, 대익 7572와 악퇴기법에 대하여

보이차 시음기

by 오늘의 생활 2020. 3. 2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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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차 숙차의 표준, 대익 7572와 악퇴기법에 대하여

▲ 2005년 7572


7572,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네 자리 숫자. 7542와 더불어 보이차의 표준이라고 불리는 차. 보이차 역사에 남을 핵심 장면인 7572, 그리고 악퇴기법과 간단한 역사에 대해 살펴봅니다. 


7572는 해석하면 19'75'년에 7등급의 모료(다소 많이 자란 굵은 잎)를 사용하여 2번 맹해차창에서 만든 보이차를 숫자로 표기한 것입니다. 비슷한 예로 대익의 7542 생차는 19'75'년도에 4등급의 모료를 사용하여 2번 맹해차창에서 만든 차를 지칭하는 숫자입니다. 75년은 보이차 역사에 있어 참 역사적인 해 였네요. 생차와 숙차의 전설적인 표준이 되는 차가 모두 생산되었으니가요.


7542 - 보이차 생차의 표준

7572 - 보이차 숙차의 표준 


▲ 2007년 7572 병차의 앞면

▲ 2007년 7572 병차의 뒷면. 대익의 전형적인 손잡이 모양 접기방식.


# 보이차계에 일어난 혁명! 악퇴기법에 대히여


숙차가 발명되기 전가지는 숙차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생차가 아주 오랜 세월의 후발효(산화) 과정을 통해서 노차로 변하는 과정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이 더 걸리다 보니 익은 맛을 내는 보이차를 마시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보이차 마시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농담으로 '할아버지가 사고 저장해서 손자가 익혀 마시는 차' 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숙차 악퇴기법의 발명으로 단시간에 차를 익혀버리는 기술이 탄생하게 됩니다.

 


보이차 발효기술인 악퇴기법은 1970년대에 완성되었습니다. 홍콩이나 마카오 등에서 차를 인위적으로 익히는 '발수차'라는 기법이 중국 운남성의 보이차에 적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1973년에 마침내 곤명차창에서 처음으로 숙차를 개발하여 소량 생산합니다. 이후 대익차창에서는 1975년 조수악퇴발표 기법이라는 조금 더 진화한 숙성 공예를 완성시킵니다. 현대 보이차 숙차의 역사적인 시작입니다.


▲ 생산일자 등의 주요 정보를 보기한 내면 종이


# 악퇴란 무엇인가?


악퇴란 보이차의 모료(산차)를 잔뜩 쌓아놓고 물을 뿌린 다음(조수과정) 여기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서 단기간에 차를 발효시키는 방법을 말합니다. 


악퇴는 아래의 단계를 거쳐서 진행됩니다. 각 단계별로 핵심만 요약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 악퇴의 과정


<악퇴의 단계>


1. 쇄청모차 - 살청, 유념 및 건조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모차를 준비

2. 발효 - 총 50~60일 전후로 발효를 시킴

            보이차를 쌓아두고 물을 뿌리면 미생물의 작용으로 열이 나기 시작하는데, 

            찻잎이 타지 않을 정도로 일정 시간이 되면 뒤집어 주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진행 

            ※ 온도는 최대 63도를 넘기지 않음

            발효가 끝나면 수분이 잘 날아가도록 고랑과 이랑을 만드는 방식으로 건조시킴

            ※ 수돗물의 염소가 미생물의 발효를 막기 때문에, 보통 산에서 나는 물이나 우물 등을 사용

3. 사분 - 체를 이용하여 차를 등급별로 구분함(길이, 크기, 무게 등)

4. 간척 - 찻잎에 섞인 불순물(줄기, 씨앗, 차가 아닌 이물질 등)을 제거

5. 병배 - 병배기술에 따라 모차를 적정한 비율대로 준비

            ※ 기준 : 등급별, 지역별, 품종별, 계절별, 연도별, 발효도별

6. 균퇴 - 병배할 원료를 비율에 따라 고르게 섞음

7. 증압 성형 - 산차에 뜨거운 증기를 가해 찻잎을 부드럽게 한 후 압축하여 병차의 형태로 제작

8. 건조 - 병차에 남은 수분을 건조시킴 (보이생차는 11% 이내, 보이숙차는 11.5% 이내)

9. 포장 - 내포장(편단위 종이포장), 중포장(통단위 포장), 외포장(대나무 등을 이용한 건(件) 포장)의 3단계

10. 완성


▲ 가품이 늘어남에 따라 위조방지를 위한 스티커를 부착. 지폐에 적용되는 홀로그램 방식.


# 보이차 숙차의 표준, 대익 7572의 탄생


위와 같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숙차가 탄생합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복잡하고 전문적인 과정이라, 보이차를 만드는 차창에는 숙차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술자가 존재합니다. 숙차는 주로 맹해차창(현재의 대익)에 많은 기술자가 있었는데, 이 중 일부는 독립하여 별도의 보이차 차창을 차리기도 합니다. 


숙차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추병량 선생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추병량 선생은 해만차창을 창건하고, 노동지라는 숙차 전문 브랜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노동지라는 말은 오래된 동지라는 뜻으로, 비록 대익에서 나왔지만 오래된 동지적 관점으로 함께 차를 잘 만들어보자는 명명이라고 전해집니다.) 숙차하면 노동지를 알아주는 것은 추병량이라는 숙차 전문가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7572의 병면은 보통 금빛의 아엽(작은 잎)은 병면의 앞에 살면(뿌리고)하고, 맛의 중심을 잡아줄 튼튼한 굵은 잎은 병면의 중간과 뒷면에 넣어 제작합니다. 현재는 357g의 일반적인 병차와 150g의 소병(경전 7542)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 7572의 병면 앞면. 어린 잎을 살면한 전형적인 7572의 병면구성 모습.


▲ 7572의 병면 뒷면. 굵은 잎과 줄기 위주의 구성. 


▲ 7572 보이차 숙차의 단면.


# 대익 보이차 7572의 장단점


이처럼 1975년에 대익에서 탄생한 숙차인 7572는 숙차의 표준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7572는 고급 숙차는 아닙니다. 7등급의 원료를 주로 사용하는 차인데 일단 생산량이 대단히 많습니다. 가격은 아주 저렴한 편이지만, 다양한 등급의 잎을 섞어서 만들어내는 '병배'라는 기술을 통해서 가성비를 매우 높이 끌어올린 제품입니다. 가격대비 주는 좋은 맛과 세월에 따른 진화의 안정성은 7572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7572는 출시가격은 저렴한 편이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상당히 좋은 맛을 내어주기 때문에, 10년 이상 지난 7572는 시장에서 좀처럼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며, 값도 그만큼 올라갑니다. 차를 취미로 오래 마실 계획이라면 7572 숙차를 매년 몇 편씩만 사 두어도 노년에 마실 숙차 걱정은 안해도 될 것입니다.  


▲ 보이차 내면에 끼운 내표. 압병 시 넣어주며 포장지와 내부의 차가 일치하는지의 판단 근거가 된다.


단점은 최근에 생기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고수차 모료는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숙차를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수차 모료를 사용해 만드는 숙차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대적인 트렌드입니다. 


이에 견주면 7572는 좀 평범해 보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맛이 그에 못 미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7572라는 숙차가 대중들이 쉽게 구해 마실 수 있는 숙차의 보급에 있다고 생각할 때 단점으로 보기는 또 어렵습니다. 모든 취미 재화는 가격에 대한 성능비를 함께 고려해야 하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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