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는 오랜 세월의 보관에 따른 결과를 맛보는 '시간의 차'라고 부를 만합니다. 현대 보이차의 보관 장소를 대략적으로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등으로 나누어서 보관'창'(창고/보통 지역을 지칭)에 따른 특징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건창(乾倉)과 습창(濕倉)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창이라는 말은 보통 창고를 가리킵니다. 보이차를 보통 창고 단위로 대량으로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건창은 말 그대로 건조한 창고, 습창은 습한 창고를 말합니다. 여기서 건조함과 습함의 차이는 그 창고가 속한 지역(혹은 국가)의 습도가 결정하게 됩니다.
보이차의 진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습도를 꼽습니다. 수분도에 따라 보이차에 관여하는 미생물의 활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습창의 경우 보이차의 진화가 빠르고, 건창은 진화가 더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건창 : 미생물 발효도가 낮고 산화발효도가 높아서 탕색이 맑으며 맛의 결이 분명하고 향이 잘 살아있음. 향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선호
습창 : 미생물 발효도가 높고 산화발효도가 낮아서 탕색이 짙으며 떫은 맛이 적어 구감이 부드러움. 그러나 향은 잘 살아있지 못함. 맛이 선명하지 못하고 뭉개지는 경향이 있음.
<중국창>
곤명창(쿤밍) : 중국 건창의 대명사입니다. 습도가 낮고 건조한 편이라 차가 더디게 익지만 맑고 깨끗하게 익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광동창(광저우) : 약습 창의 대명사입니다. 보통 건조하다고는 하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광동창은 습의 영향을 좀 많이 받는 편인 것 같습니다. (물론 홍콩이나 대만보다는 습의 정도가 덜하나, 차의 진화도가 빠른 대신 맛이 좀 분명하지 못하게 뭉개지고, 향이 좀처럼 살아있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북경창 : 어느 정도 건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북경은 주요 차 보관지가 아니라 북경창으로 볼만한 차들이 시중에 많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건창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있어 같은 년도/같은 비차의 보이차라고 해도 광동창보다 곤명창의 차들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창>
우리나라도 보이차 인구가 늘어나면서 최근에 한국창 이라는 용어가 새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더디 익기로 유명한 쿤밍창 보다도 건창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특이한 점은 장마라는 기후적 특성입니다. 한국의 봄과 가을, 겨울은 대체적으로 건조한 편이나, 장마철은 단기간에 꽤 습한 기후의 영향을 받습니다. 일부 다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보이차가 익는 대부분의 시간은 장마철이라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습도가 80%이상 지속되면 곰팡이가 피기 쉽기 때문에 차가 잘 익는 기간이라는 장점의 이면에는 그만큼 과습을 주의해서 관리해야 하는 단점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일부 부 많은 보이차를 수장하는 취미 소장가들은 장마철에 제습기를 사용하여 습도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한국창은 너무 더디게 진화해서 보이차의 보관 및 음용에 적합한 나라가 아니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초건창으로 어느정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오랜기간 보이차를 생산/보관해 온 '무위산방'의 보관 차들을 보면서 미루어 짐작하건대, 한국창도 쿤밍창과 유사하게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익어가는 스타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콩창>
본래 광동성에서 살던 차인들이 중국공산당이 집권하면서 홍콩으로 이주하며 보이차 관련 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이들 이주민들 중 상당수가 '차관'이라는 이름으로 찻집 겸 상인으로 활발히 활동합니다. 우리나라에 보이차가 처음 들어올 당시 대부분의 차들이 홍콩창에서 보관된 일명 '습창차'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만창>
80년대 초반 홍콩의 상인들이 홍콩반환을 앞두고 대만으로 많이 이주하면서 보이차의 중심이 살짝 이동하게 됩니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기후가 매우 습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많은 실험 결과로 통해 밝혀진 보이차를 저장하는 바람직한 조건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습도>
- 습도 45~65% : 향이 가장 좋게 보관됨
- 습도 70% 이상 : 공기중의 습기가 찻잎이 방출하는 향을 흡수하여 보이차의 향기 발산을 가속시킨 결과로 향기를 대부분 잃어버림
- 습도 80% 이상 : 미생물의 번식속도가 상당히 빨라져서 보이차의 발효가 가속되며 곰팡이가 피어 차가 변질됨
# 결론 : 습도 65% 이하로 조절하는 것이 적당
<온도>
- 20도~45도 : 효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
- 20도 이하 : 보이차의 변화가 느림
- 30도~45도 : 보이차의 변화가 빠름 (단, 30도 이상의 고온에 습도가 80%가 넘을 경우 곰팡이가 피기 쉬움)
* 적당한 보관환경 : 20~40도의 온도, 40~65%의 습도 조건
- (습도 및 온도 환경(아파트))
아래는 제가 개인적으로 보이차를 보관하면서 측정한 수치들입니다. 지역은 세종, 주거환경은 아파트입니다.
서재(보이차 보관 중) - 2020.01.19.
온도 25도 / 습도 39%
의외로 보관환경이 괜찮습니다. 습도가 낮은 것이 조금 흠이지만
한국창의 어쩔 수 없는 단점입니다.
대신 느리지만 깔끔하게 익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서재(보이차 보관 중) - 2020.01.19.
온도 25.4도 / 습도 37%
같은 날입니다. 겨울이라 난방을 떼서 습도가 낮은 편입니다.
하루 편차가 아주 조금 있습니다.
서재 - 2020.02.01.
온도 25도 / 습도 43%
습도가 꽤 올라갔습니다.
이정도 습도만 유지되면 딱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살짝 건조하지만)
회사 사무실 -2020.03.09.
온도 25.7도 / 습도 30%
회사에서도 보이차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측정해 보았습니다.
겨울이라 온풍기를 종일 틀어서 많이 건조합니다.
습도가 30 아래로 떨어질 때도 많았습니다.
온도는 적당하나 습도가 너무 낮습니다.
안방 다용도실(옷방) - 2020.03.24.
온도 22.5도 / 습도 56%
집에서 가장 습한 곳을 찾다가 측정해 보았습니다.
안방 화장실에서 매일 샤워를 하기 때문에 습기의 유입이 많은 곳입니다.
역시 습도가 높아서 서재보다 습도 측면에서는 진화에 유리해 보입니다.
다만 옷방이라 옷 특유의 냄새들이 있어서 차 보관에는 부적합 합니다.
옷 없이 보이차 창고로 만약에 활용한다면
집안에서는 습도가 가장 높아 꽤 좋은 공간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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