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익 7542. 현재 대익의 전신인 맹해차창에서 시작된, 보이차의 표준으로 불리는 생차입니다. 아래에서는 7542 생차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고 왜 보이차의 표준이라고 불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2012년 7542의 병면 (앞).
▲ 2012년 7542의 병면 (뒤).
# 7542의 의미
7542는 흔히 부르는 숫자차(맥호차)입니다. 숫자로 이름을 말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4가지 숫자로 의미를 표시하는데, 첫째와 두번째 숫자는 그 차가 처음 만들어진 년도를 말합니다. 셋째 숫자는 보이차를 만든 모차(원료가 되는 차)의 등급(등급은 0(특급)~9까지 총 10등급으로 나눕니다)을 말하구요. 마지막 네번째 숫자는 보이차를 만든 차창의 번호입니다. (1-곤명차창, 2-맹해차창(현 대익), 3-하관차창, 4-보이차창)
뜯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75 - 75년도에 처음으로 개발된
4 - 4등급 원료를 주로 사용하여 만든
2 -2번 차창(맹해차창)의 보이차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7742 : 77년도에 처음 개발된 4등급 원료를 주로 사용하여 맹해차창에서 만든 차
8582 : 85년도에 처음 개발된 8등급 원료를 주로 사용하여 맹해차창에서 만든 차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참고로 숫자가 낮은 0(특급)등급 원료일수록 엽저(찻잎)이 작고(어린 찻잎), 9등급으로 갈 수록 찻잎이 커집니다(늙은, 다 자란 찻잎). 0등급은 보통 궁정급이라고 따로 부릅니다. 궁정=왕궁에 납품되는 가장 귀한 원료라는 의미입니다. 잎이 작으니 그만큼 따는 데 수고가 많이 들겠지요. 많이 모아도 그 양이 아주 적구요.
# 왜 7542를 보이차의 표준이라 부르는가?
7542는 일단 생산량이 상당히 많습니다. 생차 7542, 숙차 7572는 대익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차로, 비차가 10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차라는 것은 만든 순서를 말합니다. 가령, 아래에서 701 이런 숫자가 바로 비차라고 하는 숫자입니다. 7542같이 많이 찍어내는 차는 그 해에 한 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1월에 한번, 3월에 한번, 이런 식으로 여러번 생산됩니다. 가령,
7542-701 비차 (7=2007, 즉 2007년도에 첫 번째로 만든 차) / ※ 참고로 2017년도는 1701 처럼 표기
7542-702 비차 (2007년에 두 번째로 만든 차)
7542-703 비차 (2007년에 세 번째로 만든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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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2-710 비차 (2007년에 10번째로 만든 차),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 7542 902 비차. <902> 표시가 바로 2009년에 2번째로 생산된 차라는 의미를 담습니다.
이러한 7542는 최근 대익이 고수차 중심의 차를 생산하기 전까지, 가장 생산량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구해서 마시던 보이차 였습니다. 가장 널리 음용되는 차이기에 표준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보이차는 시간에 의해 진화할수록 맛이 좋아지는 차이기 때문에 미래에 이 차의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 7542는 예전부터 생산되어 그 맛이 수십년 뒤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안정적으로 검증을 마친 차입니다. 그래서 큰 고민없이 선택한다고 해도 먼 훗날 꽤 괜찮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미래가치가 보장된 차이기도 합니다.
만일 이 글을 보시는 분께서 보이차를 아직 접해보시지 못했다면, 보이차의 보편적인 맛을 아직 가늠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바로 이 7542는 그럴 경우에 보이차의 대략적인 맛이 이 정도구나, 라고 가늠을 해 볼 수 있는 차가 되는 것이지요. 물론 가장 맛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나무 수령이 많은 100년 이상의 차나무에서 채엽한 고수차 열풍이 불고 있는데, 맛과 향에서 7542가 따라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영세한 이름 없는 차창에서 찍어낸 차보다 훨씬 좋은 맛에 가격도 저렴하기에, 말 그대로 표준으로 볼 수 있을 만한 차인 것이지요.
그래서 처음 보이차를 접하는 사람은 7542를 한 편 정도 집중적으로 마셔서 보이차의 표준적인 맛을 각인시켜 두고, 그 이후에 7542 맛을 기준으로 다른 어떤 차의 품질이 더 좋다, 나쁘다를 판별해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 병배의 예술, 7542
▲ 2017년 7542
▲ 2017년 7542 앞면. 어린 잎 위주로 되어 있는 모습.
▲ 2017년 7542 뒷면. 나이 든 잎 중심으로 줄기(껑)도 섞여 있는 모습
병배는 쉽게 말해서 여러가지 찻잎을 섞었다는 말입니다. 보통 7542를 병배의 예술이라고 하는데요, 여러가지 찻잎을 섞어서 단가 대비 맛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말 그대로 가성비가 엄청나게 좋은 차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7542의 병배 방식은 병면 앞쪽은 주로 어린 잎 위주로 넣고, 병면 뒤쪽은 비교적 나이든 잎과 줄기 등을 골고루 섞어서 배치합니다.
특히, 7542를 말함에 있어 가장 높이 살만한 점은,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톤을 찍어내면서 맛을 일정하게 맞춰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어마어마한 찻잎을 병배라는 기술로 섞어서 한편 한편 만들어 내는데 그 맛이 들쑥날쑥 하지 않고 매년 평균적인 값을 유지한다는 놀라운 사실을요. 마치 프랜차이즈 커피 같습니다. 한국에서 마시는 아이스 카페라떼와, 뉴욕에서 마시는 아이스 카페라떼의 맛이 거의 같기 때문에 우리가 스타벅스라는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듯이, 보이차에서도 프랑스에서 7542를 사 마시는 사람과, 중국 운남에서 7542를 사서 마시는 사람은 거의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요.
이것은 같은 비차의 7542를 가지고 있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같은 맛을 느끼고 그것의 후기 진화를 논할 수 있다는 실로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보관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맛의 차이는 물론 예외로 합니다. 보이차는 보관상태에 따라서 같은 비차의 차가 전혀 다른 차가 되기도 합니다.)
# TIP
7542를 마실 때는 병면 앞과 뒤에서 골고루 떼어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앞쪽의 작은 잎과 뒤쪽의 굵은 잎을 종합적으로 섞어서 마셔야 7542의 진짜 맛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일부 찻집에서 보이차를 시음 시켜줄 때 앞쪽의 작은 잎만 모아서 우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쪽의 작은 잎이 좀 더 맛있고 감칠맛을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집에가면 그 맛이 잘 안나지요.
▲ 앞 쪽의 작은 잎과, 뒤쪽의 굵은 잎을 적당히 섞어서 마시는 것이 7542의 참맛
▲ 광동보관 2013년 7542의 탕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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