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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말벌 물총으로 퇴치한 경험담

리뷰 + 꿀팁

by 오늘의 생활 2020. 5. 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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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저녁을 먹고 한가하게 쉬고 있는데, (4세) 아기가 소리를 칩니다.

"아빠, 저기 벌레가 왔어!"

우리집은 아파트 29층. 고층임에도 여름이면 거미와 벌레들이 베란다 샤시에 잔뜩 모여들곤 합니다. 아마 아파트 조명으로 켜는 등이 아파트 꼭대기에 있어서 그런 것도 같구요.. 아무튼 이번에도 또 무슨 벌레가 붙었겠거니..했습니다.

"뭐 하늘소나 풍이가 왔나?" 싶어서 베란다를 본 순간,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릴적 보았던 그 녀석, 외가집에서 큰 나무 아래 엄청나게 무서운 모양의 초대형 벌통 주위를 헬리콥터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던 녀석, 바로 장수말벌이었습니다.

갑분 장수말벌...

평소 여름이면 기승을 부리는 벌레와 거미들 때문에 베란다 문은 꼭 닫고 살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일단 안심했습니다. 장수말벌이 집안으로 들어올 일은 1도 없었으니까요.

아기와 아내와 저 모두 모여 장수말벌을 구경하기 시작합니다. 코앞에서 장수말벌을 이렇게 가까이 보기는 처음이었거든요.

요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보고 아주 재밌었습니다. 이때까지는 말입니다.

장수말벌 크기, 정말 엄청 큽니다. 예상보다 더...

우리는 모두 신이 났습니다. 이렇게 안전하게 밖에서 말벌을 가까이 볼 수 있으니까요. 마치 사파리에 들어있는 것처럼 재밌었습니다.

 

장수말벌의 등장으로 술렁이는 우리집...

자세히 보니 장수말벌 표정도 보이는 듯했습니다. 이목구비도 보이고 눈도 마주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너의 표정이 보이는 듯도 해...

 

장수말벌 크기는 실제로 보면 정말 큽니다. 정말 예상보다 훨씬 큽니다. 곤충에서 이런 위압감을 느낀 건 처음입니다. 어른 검지손가락 1개 전부의 크기는 되어 보였습니다. 갑옷을 입은 것도 같구요. 아무튼 무지하게 쎄보입니다.

 

장수말벌은 찰싹 붙어서 꼼짝도 안합니다. 미동도 없습니다. 

눈과 더듬이도 어찌나 두껍고 큰지, 눈을 마주보는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저는 항상 정보 찾는 것을 좋아해 문득 나무위키로 '장수말벌'을 검색해 봅니다. 대략 이런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더군요.

<장수말벌>

- 지구에서 가장 큰 벌이다.

- 장수말벌의 어원은 장군, 즉 벌 중에서 장군같은 벌이라는 뜻이다.

- 한국 및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로, 독침은 고무장갑도 가뿐히 뚫는다.

- 실외에서 개체가 단독으로 행동할 때 만난다면 가만히 있다가 기회를 봐서 도망치는 게 좋다.

- 만약에 장수말벌을 위협해 도망쳤다면 그 즉시 자리를 떠야 한다. 잠시 뒤 지원군 20~30마리를 데리고 날아오기 때문이다. 

- 장수말벌은 침을 찔러서 독을 쏘지만, 침이 들어가지 않으면 독을 그냥 뿜어버리기도 한다.

- 3~5월 여왕벌이 동면에서 깨어나 집터를 찾는다. 이 시기에 돌아다니는 말벌은 모두 여왕벌 개체이다.

3~5월에 돌아다니는 말벌은 모두 여왕벌이다.


"3~5월에 돌아다니는 말벌은 모두 여왕벌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그냥 가겠거니 했는데, 이녀석이 워낙 꼼짝을 안하는 데다가 혹시 우리집 베란다 처마에 벌집을 짓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합니다.

와이프와 상의 후 벌을 쫒아내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참 고민입니다.

방충문을 열고 빗자루로 치자니, 윙 날아서 다시 들어올 것 같고, 화나면 독을 뿜어버린다고도 하니 참 난감합니다.

고민끝에 저의 장총(?)을 꺼내듭니다.

비밀병기 등장...

실전형 강력 물총입니다.

Barrage Super Soaker 라고 적힌 제품입니다. '완전히 젖어버리게 만든다.' 그냥 쏘면 10m까지도 물이 날아가는 명기입니다.

버튼으로 깔짝되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 손잡이를 당기면 묵직한 걸림감이 나오며 물을 뿜어내는 물총입니다.

여름이면 베란다가 거미천국이 되기 때문에 구비한 총강력 장비입니다. 레밍턴 샷것 같은 모습인데, 하단을 잡고 당기면 고압의 물이 뿜어지는 방식입니다. 물을 2L 정도 콸콸콸 가득 채우고 와이프와 합동 작전을 펼칩니다.

논의 끝에 와이프가 방충망을 재빨리 열면, 제가 바로 순식간에 사격을 하기로 합니다.

두근두근..

이 놈이 날아오는 게 빠를 것이냐, 나의 총탄이 빠를 것이냐..

철컥,

방충문이 열립니다.

 

저는 정신없이 사격을 가합니다. 한번, 쏴아아. 두번 쏴아아, 세번 쏴아아.

 

철컥.

방충문이 닫힙니다.

장수말벌이 있던 사리에 장수말벌이 없습니다. 네! 성공입니다.

다행히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강한 물줄기를 맞아 멀리 날려버렸습니다.

다행입니다. 장수말벌을 가까이서 본 것은 좋았지만, 우리집에 말벌집을 짓게 둘 수는 없으니까요.

 

잠깐의 헤프닝으로 다시 집은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장수말벌.. 잘가라...이제 오지 말아라...

 

떼끼. 다시는 오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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