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상류를 좋아한다.
집에서 1시간 정도만 벗어나면 쉽게 닿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록 4대강의 하나지만 상류는 여전히 맑고 투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맑고 깨끗한 물이. 개인적으로 캠핑을 할 때 물이 없는 곳을 선호하지 않는다. 흙만 있는 곳은 어딘가 모르게 답답하다. 그래서 항상 물가를 찾는다.
금강 상류에는 어디에나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물은 맑고, 산은 투명하고, 나무가 많다. 공기가 깨끗함은 말할 것도 없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집 근처에는 동막골이라는 작은 계곡이 있었는데, 나는 매일 동막골에 살았다. 가재를 잡기 위해 매일 같이 출퇴근을 했다. 내 초등학교 시절은 가재와 잠자리를 잡는 데에 50% 이상을 할애했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잠자리에 대해서는 특히 할 말이 더 많다. 동막골 근처로 이사 가기 전에는 '신시가지'라는 곳에 살았다. 말 그대로 구시가지와 대비되는 곳이었는데, 그럼에도 아직 개발 시작 전인 들판이 지천이었다. 여름이면 얕은 초목이 깔린 들판에 잠자리가 새까 많게 하늘을 뒤덮었고, 나는 신시가지에 매일 잠자리를 잡으러 출근했다.
내가 잡는 잠자리의 양은 보통 또래의 수준을 넘었다. 노란 잠자리 채집통 대짜(?)로 기억하는 통에 매일 잠자리를 꽉 차게 잡았다. 가운데 투명한 플라스틱 창을, 이미 잡은 잠자리가 도망갈까 1cm만 열고 한 마리, 두 마리 채우다 보면, 잠자리 통은 매일 가득 찼다. 해 질 녘 집에 돌아가면 내다 버리라는 엄마의 꾸중을 들으며 한 마리씩 꺼내서 다시 날려 보내던 기억이 선명하다. 물론 모두 살아서 돌아가지는 못했다. 날개가 꺾이거나, 서로 엉켜 죽은 잠자리도 꽤 되었다.
다음날에도 잠자리 잡기는 매일 이어졌다. 들판이 좋았고, 살아있는 뭔가를 잡는 일이 즐거웠다. 어릴 적 추억 때문인지, 다 큰 지금도 자연에 나가는 일이 가장 즐겁다.
물을 좋아하기에 지금은 가끔 카약 캠핑도 한다. 어스름할 무렵 금강변에 사이트를 구축하고, 다음날 아침부터 출발하는 일정이다.
자연 속에서 잠시 하룻밤을 머물고, 다음날이면 물길을 따라 내려가며 또 다른 자연으로 계속 흘러간다.
금강의 저물녘은 이렇게 맑고 깨끗하다.
점점 해는 지고, 어스름해져, 해가 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눈앞에 이런 자연이 펼쳐진다.
언제 봐도 맑은 기분.
아침나절 짬 낚시로 꺽지도 잡아보고,
잠시 산책 겸 걸어도 본다.
그리고 발견한 경이로운 순간.
캬악을 세워 놓은 자리에 뭔가가 있다. 자세히 보니 잠자리 유충이다. 그리고 뭔가가 있다.
벗어놓은 구명조끼 사이에서 잠자리가 태어나고 있다.
어릴 적 그렇게 많이 잡았던 잠자리다.
천천히 긴 시간을 들여 조금씩 조금씩 나온다.
멀리서 보면 무심코 지나갈 장소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다.
아주 사소한 자리에서,
잠자리는 생을 걸고 변화하는 중이다.
어릴 적 어느 소설에서 읽었듯, 여기서 인간이 꺼내 주면 잠자리는 온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섭리에 따라 자연이 해야 할 일은 자연이 해야 한다.
숨죽이며 지켜본다. 하나의 생이 극적으로 변하는 장면을.
이런 순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잠자리는 인내심 있게 아주 조금씩,
멈춰있는 것처럼 움직여 결국 날개를 모두 꺼냈다.
어릴 적 만지던 잠자리의 바삭한 날개가 아닌, 아직 젖은 날개.
그리고 날아갈 준비를 시작한다.
날아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싶었는데, 결국 놓쳤다.
인내가 부족했고, 잠자리는 순식간에 자연으로 날아가 버렸다.
내가 잡아서 죽었을 수백 이상의 잠자리들이
이런 탈피의 과정을 거쳐 힘겹게 태어났을 것을 생각하니 다소 미안해진다.
어린 내가 이런 장면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노란 잠자리 통을 꽉 채우지는 않았을 텐데.
봄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며 날개를 말리던 잠자리.
캠핑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경이로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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