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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벌 캠핑장을 통해서 본 노지캠핑의 매력와 아쉬움

캠핑 + 백패킹 + 차박

by 오늘의 생활 2020. 5. 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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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본래 경기도에 살다가, 대전으로 내려와 노루벌에서 노지캠핑을 많이 다녔습니다. 지금은 노루벌 캠핑장으로 많이 알려진 대전 흑석동 상보안의 노루벌 야영장. 가장 많이 다니던 시절은 2013년도 였습니다. 노루벌을 통해서 본 노지캠핑의 매력과 추억, 그리고 지금은 왜 노루벌에 가지 않는지 사라져가는 노지캠핑 장소에 대한 아쉬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당시 찍어둔 사진들과 함께 적어보겠습니다.


<노루벌 캠핑장>

주소 : 대전광역시 서구 흑석동 530-12

리뷰가 100개가 넘을 정도로 유명해진 노루벌.
위성지도로 본 노루벌의 모습. 자갈밭으로 된 넓은 노지로 캠핑하기에 최적의 장소.

 

 

 

 

2013년 8월 13일 노루벌. 아무도 없이 전세캠핑 하던 시절.

노루벌 캠핑장? 노루벌 야영장? 

 

지금은 네이버 지도로 검색을 하면 '노루벌 캠핑장'으로 지명이 뜹니다. 하지만 이곳은 캠핑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사유지도 아닌, 이곳은 그냥 강변의 노지입니다. 노루벌의 바로 옆에는 상보안 유원지라고 하여 공식적인 유원지의 지명을 가진 곳이 있지만 사실 노루벌은 그냥 들판이 맞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무료) 캠핑장이라는 식의 '캠핑장'이라는 명칭이 붙어버렸습니다.

 

처음 제가 노루벌에 다니던 시절은 2013년도 가을입니다. 경기도에 살다가 대전으로 직장을 잡아 내려오게 되었고, 원래 캠핑을 좋아하던 저는 대전의 오지캠핑 또는 노지캠핑 장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노루벌이라는 곳을 알게 됩니다. 이곳은 당시만해도 방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벌써 7년 전이네요. 당시 입사 후 제가 중고로 산 NF소나타를 처음 인도받은 날, 그날 저녁에 바로 노루벌로 달려가 캠핑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노루벌 가는 길에 있는 과속 신호등에 차를 사자마자 과속단속 딱지를 뗀 날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곳은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평일에 방문하면 아무도 없던 시절입니다. 당시 저는 결혼을 하기 전이라 평일에도 이곳 노루벌에 와서 캠핑을 하고 새벽에 자취방으로 돌아가 씻고 출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노루벌은 친숙하고 마음의 고향 같기도 한 노지캠핑 장소였습니다.

 

2013년 8월 13일. 햇반 1개에 새우 3마리가 저녁인 단촐했던 밤. 적게 먹고 제한할수록 맛이 좋아지는 건 아는 사람들만 아는 캠핑의 비밀.
2014년 1월 16일. 한 겨울의 노루벌.

 

 

 

 

노루벌 캠핑장이 유명세를 탄 계기

 

위에서 언급했듯이 2013년 당시 노루벌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던 노지였고, 평일에 가면 저 혼자 전세캠핑을 하기가 일쑤였고, 주말에 가도 저 외에는 1~2팀이 전부이던 시절입니다.  그러던 것이 2014년 <월간 캠핑> 잡지에 한 번 소개가 되고, 조금씩 이름이 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엄청난 인파가 붐비는 사설 캠핑장 같이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노지라는 것이 참 그렇습니다. 처음에 누군가가 그 장소를 발견하고 다니다가 주변에 소개를 하고, 또 그 소개받은 사람이 주변에 소개하고 이런 식으로 한 장소는 급격하게 유명세를 타고 알려지게 됩니다. 결국 나만 아는 노지라는 것은 없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알려지느랴, 비교적 느린 속도로 알려지느냐에 따라 그 장소의 생명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2013년 9월 22일의 노루벌 풍경.
2013년 9월 22일의 노루벌. 웬일인지 사람들이 몇 있어 깊숙이 좀 더 들어와 풀숲에 은신 캠핑.

 

저만해도 정말 좋은 장소를 저만 다니지는 않습니다. 친한 지인들에게는 종종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럼 또 그 지인들은 그 지인의 친한 지인에게 소개를 하고 이런 식으로 결국 소수만 알던 노지는 모두의 캠핑장이 되고 맙니다. 사람이 몰리면 노지캠핑의 본 매력을 잃게 되고, 결국 초기 개척자들은 또 다른 노지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저도 노루벌이 입소문이 나면서 안 간지가 3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금산이나 무주쪽의 새로운 노지를 개척하여 다니는 중입니다.

 

노루벌 캠핑장의 매력

 

2013년 10월 17일 노루벌 야영장. 중고로 득템한 프로스펙스 클래식 텐트를 피칭한 날.

 

노루벌의 매력은 상당했습니다. 먼저 대전 도심에서도 30분 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라는 점. 흑석동을 지나 아파르를 지나 구불길을 몇 개 지나면 놀랍게도 정말 갑작스런 근교 시골이 나오고, 마을을 구비구비 들어가면 넓은 자갈밭이 펼쳐집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의 방문이 극히 적어 바닥에 불뗀 자리나 쓰레기도 거의 없었고, 밤에 시골길에 들어서면 나는 풀냄새와 습기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청량하게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 노지캠핑을 좀 해보신 분들은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분을 잊지 못해서 다음 캠핑을 준비하기도 하니까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노루벌은 게다가 반딧불이도 볼 수 있던 청정한 곳이었습니다. 저도 여러번 반딧불이를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노루벌의 반딧불이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통통하게 둥근 모양의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종류는 아닙니다. 약간 긴 몸체에 꼬리에서 발광을 하는 반딧불이 입니다. 노루벌 마지막에 진입하는 시멘트 내리막길 좌우측 수풀에 많았는데, 지금도 반딧불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영롱하게 빛을 내는 반딧불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2014년 1월 16일. 이날도 노루벌 전세캠핑.

 

좋은 노지가 사라져가는 아쉬움

 

2013년 10월 24일. 가을의 노루벌과 모닥불.

 

지금도 가끔 노루벌에 가곤 하는 지인에게 전해듣기로 지금 노루벌은 워낙 유명해져서 평일에 가도 캠핑장을 방불케 한다고 들었습니다. 각종 트레일러와 카라반, 모터홈도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만큼 불뗀 자리도 많아지고 버리고간 쓰레기 문제도 상당히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나만 알던 인디밴드가 유명해지면 좋아하는 강도가 시들해지듯이 노루벌도 더이상 제게는 매력을 주지 못하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만 제가 처음 다니던 그 시절의 좋은 추억과 사진 몇장만 남은 것이지요.

 

노지캠핑의 매력이 인적이 드문 자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힐링하는 것인데, 캠핑장처럼 사람이 많은 노지라면 굳이 방문할 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주 다니던 무주나 금산의 노지들도 최근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어서 점차 보석같은 노지에 캠핑가기가 어려워지네요. 저는 점점 더 깊은 노지를 찾아 또 떠나가 되구요. 다음에는 노지캠핑의 정말 좋은 장점과 매력들을 정리해보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새로운 보석같은 노지를 찾아내는 노하우 등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루벌로 달려가던 길. 이제는 추억에만 남아있는, 한적했던 노루벌로 가던 설레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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