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노차를 구하는 분이라면, 보이차의 효능과 부작용을 고려하여 구매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맛에 대한 기준을 높여서 취미로서의 보이차 수장과 시음에 있어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수준에 온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보이차의 구매 패턴 중 최소 1년 이상 마시고 어느 정도 보이차와 보이차 구매판에 대하여 이해를 한 뒤, 두 가지 구매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짐작하여 작성합니다.
두 가지 패턴은 바로 1. 고수차 구매로 들어서는 것 2. 노차 구매로 들어서는 것 입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2. 노차 구매로 들어서는 길에 대해서 제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보이차 노차란?
2. 일반적인 보이차 구매경로와 판단의 기준
3. 개인적인 노차 구매 실패 경험
4. 노차는 정말 환상적인 차인가?
5. 노차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6. 그래도 노차를 사야 겠다면
보이차는 세월에 의해 진화하여 익은 맛을 즐기는 '시간 축적의 차' 입니다. 그래서 보이차의 특성을 한 단어로 정리할 때 <월진월향> 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곤 합니다. '세월에 의해 더 맛이 좋아지고 향이 더 깊어진다'는 뜻입니다.
보이차를 노차라고 부르는 기준은 정립된 바가 없습니다. 50년 이상 된 차를 노차라고 하기도 하고 100년 이상된 차를 노차라고 하기도 합니다. 기준은 명확히 없습니다. 노차(老茶)란 말 그대로 오래된 차를 말합니다. 우리가 '노인'이라고 할 때 60세 이상을 노인으로 할지,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할지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아래 기사를 보시면 노인의 기준도 명확히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년 된 차를 노차라고 부르는지는 개인의 기준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최근에는 20년 정도만 되어도 노차라고 부르는 추세가 있는데, 점점 노차를 부르는 시기가 짧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는 노차라고 부르는 차를 누구는 중기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보이차 구매경로
중국 대리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한 보통 대한민국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은 도매상이나 소매상을 통해서 보이차를 구매하게 됩니다. 구매 경로를 따져보면 아래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보이차 커뮤니티 공동구매 (차닉골, 차연구소, 틴포 등)
- 개별 보이차 브랜드 홈페이지 (대익 등)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익 외에는 공식 브랜드 홈페이지 입점이 없음)
- 보이차 판매 온라인 사이트(도매 규모)를 통한 구매 (메가티, 천년의 향기, 공부차 등)
- 소규모 개인 사이트(소매 규모)를 통한 구매 (청백원, 와유재, 운보연, 도연당 등)
-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 (인사동, 대구, 부산 소재 찻집 등)
개인들은 위 사이트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를 하게 되며, 대부분은 차상이 소개하는 글을 보고 노차를 구매하게 됩니다. 노차는 기본적으로 구매 리스크가 엄청나게 큰 차 구매에 속합니다. 일단 한 차가 만들어진 후 어떤 보관환경에서 어떤 세월을 거쳐 현재에 왔는지 객관적으로 증명을 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개인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오로지 차를 판매하는 상인의 설명 뿐입니다. 노차의 가격이 한 두푼일까요. 적게는 수십, 수백에서 많게는 편당 수천만원을 호가합니다. 본인이 직접 신차를 구매하여 노차까지 보관한 차가 아닌 한, 그 차의 이력을 100% 믿을 방법이 없습니다.
보이차를 판단하는 근거
보이차를 판단하는 근거는 다양하지만 아래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차의 포장지, 내비, 내표, 종이 재질, 병면의 모양, 엽저, 살면 방식, 엽저의 품질, 우린 탕색, 맛, 향 등입니다. 이 중 직접 마셔보고 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대부분은 이마저 판단의 근거로 삼지 못하게 되고, 결국 온라인상에 적혀진 미사여구 몇 줄과 사진으로 구매를 결정하게 됩니다. 정말 위험한 구매방법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겪은 노차 구매 실패 경험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미사여구에 현혹되어 믿고 샀는데, 품질이 영 아닌 경우
대부분의 구매가 이에 해당합니다. 차를 오래 마시다보면 잘 보관된 차가 어떤 향을 가지고 어떤 상태로 남아있는지 대략적으로 상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구한 노차는 대부분 상상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단 향. 잘 보관된 노차는 향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향이 살아있는 차는 정말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 표정 없는 향기로 차의 가치를 잃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본인이 결정한 것이 틀렸을 때 이를 쉽게 인정하기가 어려운 속성이 있기 때문에 차를 반품하지는 않고 의아한 마음을 가진 채 계속 차를 지켜보게 됩니다. 마음으로는 꽁기공기한데 인정을 하기가 어려운 거지요. 거풍을 하면 좋아질까? 외국에서 날아왔으니 한국에서 좀 안정이 될 때까지 기다려 볼까? 등등 수많은 구실로 차를 잘 모셔두고 가끔씩 맛을 보지만, 처음의 그 빗나간 얘감은 어김없이 적중합니다. 그 차는 좋은 노차가 아닌 것이지요. 많은 시간이 지나서 결국 이를 인정하게 됩니다.
2. 진품인지 확인이 안되어 긴가민가 한 경우
90년대에 제작된 중차패 브랜드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90년대에 제작한 차들 중에 아래와 같은 마크를 가진 중차패 브랜드 제작품이 상당히 많습니다.
8개의 가운데 중(中)자 안에 茶가 씌여있어서 중차패로 부르는 마크입니다. 안에 차라는 글자가 녹색이면 녹인, 노란색이면 황인, 붉은색이면 홍인 등으로 부르곤 합니다. 문제는 이 중차패 포장지의 차는 지금의 표기방식과는 다르게 생산년도와 어떤 차인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기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도 표시가 없어 생산일자를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로지 믿을 것은 그 차를 공급하는 상인의 언급 뿐입니다. 80년대라고 하면 80년대로 믿어야 하고, 90년대라고 하면 90년대라고 믿어야 하는 것입니다. 장난치기 딱 좋은 포장지와 차 인 것이지요. 따라서 중차패 차는 수 많은 말을 만들어 낼 수가 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한계를 가집니다.
중차패 차를 제작 당시부터 지금까지 보관하여 마시는 한국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보이차가 전파되기도 전에 생산된 차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내가 비싼돈을 주고 산 차를 끝내 확신 없이 막연한 추정 만으로 믿고 마시며, 마실 때마다 의심하고 의문을 갖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노차는 정말 환상적인 맛을 가지고 있을까요? 노차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80년대 홍인이나 2000년대 초반 차들은 몇번 접하고 마셔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물론 맛은 있습니다. 세월이 주는 깊은 맛과 감칠맛 등은 확실히 맛있는 차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하지만 가격대비 성능을 안 따질 수 없는데, 노차는 대부분 가성비가 턱없이 떨어집니다. 한 번 마실 때 4~5g 기준으로 기본 수만원에서 수십, 수백만원 정도가 드는데, 돈이 아주 많이 남아서 그 돈으로 차를 사는 재벌이 아닌 한에야 일반 서민이 감당하고 마실 수준이 아닙니다. 가성비가 낮은 게 아니라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입니다. 맛도 가격에 비해 그렇게 좋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노차에 대한 환상을 버릴 것을 권장합니다. 남이 만든 노차는 비싸고 그 진위를 믿기 어려우며, 판 자체가 속기에 상당히 쉬운 구조입니다. 진자 노차를 마실 계획이라면 본인이 직접 차를 수장하여 익혀 마시는 방법이 가장 저렴하게 노차를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취미로 한 두 해 마시고 말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보이차를 좋아하게 되었고 깊이 빠졌다면, 주체할 수 없이(?) 자발적으로 수많은 보이차를 수장하게 됩니다. 20~30년 뒤 직접 수장한 보이차를 익혀서 마시는 재미와 행복이야 말로 차인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예상해 봅니다.
그래도 노차를 사야 겠다면 아래와 같은 기준이 충족되는 곳에서 구매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제 기준으로 아래 3가지는 지켜져야 노차를 거래/구매할 만한 것 같습니다.
1. 믿을 만한 상인인가
2. 구매 전 직접 시음해 볼 수 있는가
3. 시음이 어렵다면 구매 후 환불이 가능한가
제일 중요한 점은 차의 상태가 영 아닐경우 환불이 가능한지의 여부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제가 구입한 노차는 80% 이상 환불했습니다. 대부분이 잘 익은 진향이 나는 것이 아니라, 불쾌한 화학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마 중국에서 화학약품으로 만드는 작업차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구매한 곳은 사장님께서 차에 문제가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적극적으로 환불해 주는 곳이라 바로 환불처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마셔보지 않고 사는 노차는 제 경우 80%이상 환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이 여러번 쌓이다보면 결국 '마실만한 노차 사는 일이 쉽지 않구나'를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후에는 어쩌다 한번씩 오게되는 기회- '노차를 직접 마셔보고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차를 만났을 때 비싸더라도 바로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차는 그 시점을 놓치면 다시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여러번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노차, 정말 구하기도 만나기도 내 차를 익혀서 만들기도 어려운 숙제같은 일입니다. 모쪼록 좋은 노차를 만들거나 만나셔서 즐거운 차 생활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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