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킨츠키와 와비사비 정신의 도자기 수리에 대하여

보이차 시음기

by 오늘의 생활 2020. 5. 10. 16:10

본문

킨츠키와 와비사비 정신의 도자기 수리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깨진 그릇을 불길한 것으로 생각하여 버리곤 했습니다. 저만 해도 자라면서 어머니로부터 "깨진 그릇은 쓰는거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자라서 깨진 그릇과 도자기는 버려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완전할 때는 곁에 두다가 불완전해 진 것을 버린 것이었습니다. 차를 즐기면서 킨츠키와비사비라는 단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불완전한 깨진 것들을 끌어안는 킨츠키와 와비사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킨츠키란?

 

깨진그릇의 아픔을 껴안아 수리하여 사용하는 정신, 킨츠키.

 

킨츠키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말입니다.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로는 Kintsugi라고 적습니다. 킨츠키의 뜻은 "금으로 수리하다"라는 말입니다. 깨진 도자기나 그릇을 송진이나 옻 등의 접합재를 이용하고 금가루나 은가루를 활용하여 보수하는 일본 도호쿠 예술의 한 종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랬듯이 깨진 그릇은 사용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일본에서 유래한 이 킨츠키라는 정신은 깨진 것을 오히려 감싸앉아 수리하여 사용하는 정신입니다.

 

찻잔이나 그릇의 깨진 부분을 숨기거나 안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그 기물이 가지고 있는 생의 한 부분으로 인지하고, 가장 고귀한 재료인 금을 입혀 기물이 가진 역사의 한 부분으로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입니다. 상처를 오히려 더 아름다운 한 부분으로 승화하는 것입니다.

 

킨츠키로 수리된 다완의 모습

 

저는 킨츠키를 처음 접하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역사적으로 사이가 좋지 못한 일본과 일본의 문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 킨츠키라는 정신은 오히려 본받을 만한 아름다운 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인간도 그렇고 기물도 그렇고 완전하게 살아갈 수만은 없습니다. 한 인간이 무수히 많은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통해 인간적으로 성숙하듯이, 깨진 그릇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름답게 치장하여 그 상처까지 인정하는 정신.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정신, 미의식이었습니다.

 

사실 보이차를 애호하는 한 사람으로 많은 찻잔과 개완 등이 사용 중에 깨지곤 했는데 저는 그동안 그런 기물을 보통 버리곤 했습니다. 킨츠키를 접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물을 한곳에 모아둡니다. 킨츠키를 통해 아름답게 거듭나면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한 그 기물이 더 소중하게 태어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킨츠키를 설명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와비사비 정신입니다.

 

깨진것, 불확실한 것을 버릴 것인가? 그 아픔까지 껴안을 것인가?

 

(참고)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마르칸토니오(Marcantonio)는 킨츠키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이탈리아 홈웨어 그릇 브랜드 셀레티(Seletti)에서  킨츠키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빈티지한 그릇들의 여러 조각을 24K 금으로 붙여 만든 접시, 그릇, 머그컵 등을 론칭한 바 있습니다.

 

 

 

와비사비 정신

 

와비사비는 일본의 전통적인 미의식으로 완벽하지 않은 것을 귀하게 여기고 대하는 삶의 방식을 말합니다. 와비사비는 화려하고 완전한 것에 반하여, 투박하고 간소하고 조용한 상태를 말합니다. 센노 리큐라는 일본 다도의 대가에 의해 많이 사용되고 널리 알려졌으며, "훌륭한 상태에 대한 열등한 상태"를 말하기도 합니다.

 

- 와비: 단순함, 미완성

- 사비: 오래됨, 낡은 것

 

한마디로 "미완성이며 오래된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의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와비사비 정신을 보여주는 아래와 같은 말을 인용해 볼 수 있습니다.

 

"삶의 불완전함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아름다움으로 느끼며 감사한다."

 

어떤가요? 위에서 설명한 킨츠키와 맥락이 일치합니다. 킨츠키가 바로 이 와비사비의 정신에서 탄생한 도자기 수리의 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완전하고 고귀한 것만을 추구하는 것에 반하여 낡고 소박하고 검소하며 부서진 것들을 끌어앉는 아름다움의 미의식. 정말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저는 이 와비사비와 킨츠키를 접하고 저의 삶의 한 좌표가 될 문구를 만난 것처럼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참고)  <와비사비와 비슷한 세계 각국의 미적 태도>

- 덴마크: 휘게(Hygge). 친한 지인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소박하고 느긋한 삶

- 스웨덴: 라곰(Lagom).  적당한 삶. 충분함과 적절함을 뜻함. 양극단 사이에서 적당한 선을 지키는 삶

- 미국: 킨포크(Kinfolk). 가족, 친구들과 어울리며 느리고 여유롭게 즐기는 자연속의 소박한 삶

 

 

킨츠키를 통한 수리방법 및 과정

 

위와 같은 미의식에 입각하여 킨츠키는 상처입은 도자기의 내력을 그대로 인정하고 아름답게 수리하여 새롭게 태어나게 합니다. 도자기 수리방법인 킨츠키의 일반적인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킨츠키 도자기 수리과정>

 

① 깨진 그릇이나 도자기의 파편을 분실없이 잘 보관한다.

② 접착제를 만든다. 전통적으로 옻을 사용하기도 하며, 현대에는 에폭시 소재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③ 깨진 면에 접착제를 빈틈없이 꼼꼼하게 잘 발라준다.

④ 조심스럽게 그릇을 붙인다.

⑤ 접합면에 삐져나온 접착제를 긁어서 잘 제거한다. 

⑥ 이가 빠진 곳과 금간 곳을 잘 메워준다.

⑦ 접합면 표면에 접착물 도포 후 금가루를 붓등으로 잘 발라준다.

⑧ 건조시킨다.

 

킨츠키 수리된 잔의 모습

 

마무리하며...

 

깨진 그릇을 불길하고 재수없는 것으로 여기며 버렸던 우리의 전통적인 관념과, 깨진 도자기를 아름답게 수리하여 그 흔적의 역사까지 끌어앉는 킨츠키.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선입관만 배제하면 정말 멋진 정신적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고르든 선택은 자유지만 저는 킨츠키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수 레너드 코헨의 노래 가사에 킨츠키에 비유할 만한 구절이 있어 인용하며 마칩니다.

 

"모든 것에는 깨진 틈이 있다. 바로 그 틈으로 빛이 들어간다."
- 레너드 코헨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